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의 한 한적한 도로. 굽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서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린이에게 꿈과 동화의 세계를!’을 모토로 배우 임채무가 35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두리랜드 매표소 앞에 서자 그 소리는 더욱 커졌다.
최근
어린이날 이틀 전인 지난 3일 방문한 두리랜드는 평일임에도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노란색 가방을 메고 줄지어 이동하는 유치원생들부터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재잘거리는 아이까지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멜빵바지를 입은 ‘놀이동산 사장님’ 임채무는 한 단체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진을 수백 장 찍는 날도 있다. 촬영 요청은 다 들어준다. 오늘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애들을 보면 세상만사 걱정이 싹 다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1990년에 문을 연 두리랜드는 2017년 휴장했다가 2020년 재개장해 현재까지 수많은 아이의 꿈과 낭만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임채무의 ‘인생을 건 사업’이다. 그는 각종 방송을 통해 1989년 땅을 매입하고 사업을 시작할 당시 40억원 정도 부터 시작해서 빚이 150억원까지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빚과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임채무는 개의치 않는 듯 어린이날에 오픈하는 새 체험관 설명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공룡거울미로아트체험관’에 들어서자 현란한 거울 미로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공룡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각종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트릭아트까지 세 가지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알짜 공간입니다.

그리고
임채무는 “어린이날에 오픈하려고 3개월 동안 분주하게 작업했습니다. 방문 가족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하며 공을 들였다. 특히 공룡을 30마리나 샀다. 육식·채식 공룡 등 다양하다. 공룡이 움직이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라며 뿌듯해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해병대 전우들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룡거울미로아트체험관’ 제작에는 해병대 후임이 나섰고, ‘세계인형박물관’은 외교관으로 일한 변종규 대사 내외의 기증품과 각국에 있는 해병대 인연들이 수집한 인형들로 완성됐다. 임채무는 “군대에서의 3년이 오늘날의 임채무를 존재하게 했다”며 고마워했습니다.

1년
만에 두리랜드를 찾았다는 소속사 관계자는 “달라진 게 너무 많다”며 감탄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임채무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공룡거울미로아트체험관’, ‘세계인형박물관’ 등이 포함된 체험관 완성에 책정된 비용은 6~7억원이었습니다. 임채무는 “그래도 수십억대는 아니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어제도 누가 내게 ‘왕채무 씨, 빚쟁이 오셨네’라고 하더라. 사업하는 사람치고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난 늘 죽을 때 빈손으로 갈 거라고 말한다. 두고 갈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다. 두리랜드는 즐기는 사람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여기서 즐겁게 놀다 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생각할 거나 일할 게 많다. 한 달에 쉬는 날이 이틀도 안 된다. 하루가 36시간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임채무의 휴대전화 캘린더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매표소 인근 음료·인형 등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캐릭터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는 여성은 임채무의 아내였다. 부부는 집까지 팔고 두리랜드에서 숙식하며 일하고 있다. 아내는 “우린 집이 없다”며 웃어 보였다. 체험관에 있는 공룡들이 정말 멋있다는 기자의 말에도 “전부 빚”이라며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임채무는 “겁이 있다면 못 하는 일이다. 이런 뚝심 덕분에 35년째 두리랜드를 운영할 수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가보지도 않고 힘들다고 한다. 내가 가는 길이 더 들어가면 안 되는 굴인지, 빛을 볼 수 있는 터널인지 잠시만 생각해보면 된다. 그렇다면 세상은 어려울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