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촘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공채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개그맨의 세계는 해병 못지않은 하향식 위계질서로 유명하다.
김병만, 류담, 한민관, 양원경 같은 후배 개그맨들에게 훈계를 받는 유명 개그맨들이 있다.
1993년 MBC 공채 4기로 개그맨으로 데뷔한 홍기훈입니다.
홍기훈은 이 시대 시청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인물이지만 1990년대 초 김진수, 서경석, 이휘재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개그맨이었다.
사실
홍기훈은 개그 실력은 물론이고 무시무시한 전투실력과 야비한 성격으로 더 유명했다는 전언이다.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항상 말썽을 피우며 업계에서 높은 평판을 얻었다고 한다.
개그우먼이 되기 전부터 고향인 대전에서는 주먹밥으로 꽤 유명했다.

야한 성격도 후배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선배들도 싫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고 한다.
MBC 개그방에 입성한 홍기훈이 ‘훈육의 리더’로 군림하는 것은 당연한 행보였던 것 같다. 예, 하지만 특히 악명 높은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뒤늦게 SNL 덕분에 전성기를 누린 후배 정성호와 관련된 이야기다.
때는
90년대 후반 홍기훈의 주도로 등산 후 한 막걸리집에서 MBC 공채 개그맨 선후배들이 단합 대회를 하던 도중이었습니다.
다들 한 잔씩 술도 걸쳤겠다 이제 파해야 할 늦은 저녁, 술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늘 그랬듯 군기를 잡고 싶었던 건지 홍기훈은 갑자기 후배 개그맨들에게 ‘반대편 산을 올라갔다 오라’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는데요.
야밤에 산에 올라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어차피 올라갔다 내려와도 홍기훈의 성격상 꼬장은 계속될 걸 알았기에, 후배들은 합의하에 한 명이 희생해서 다친 걸로 연기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 연기의 주인공이 정성호였죠.

정성호는 산에서 내려오다가 산길에 굴러서 다친 척 연기를 해 홍기훈의 말도 안 되는 강요를 멈추고자 했지만, 역대급 양아치로 통했던 홍기훈의 반응은 후배들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홍기훈은 “내가 너희들을 산을 보내서 다친 사실이 알려지면, 어차피 내 연예계 생활은 끝날 거다. 거짓말이면 빨리 말해라. 아니면 나랑 너희랑 오늘 다 죽는다”라며 오히려 후배들에게 협박을 이어갔죠.
결국, 홍기훈의 살벌한 협박에 못 이긴 정성호는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죠.
후배의 괘씸한 거짓말에 홍기훈은 정성호를 본보기 삼아 그날 이후로 아주 심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는데요.
정성호는 가뜩이나 ‘무명 개그맨’이라는 서러움에 홍기훈의 괴롭힘까지 더해져, ‘개그맨의 꿈을 포기할까’ 고민할 만큼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힘든 시기 정성호가 개그맨을 관두지 않고 오늘날 천재적인 성대모사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건 홍기훈의 동기 박명수 덕분이었다고 하는데요.
정성호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힘들었던 시기에 큰 힘이 되어준 박명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바 있습니다.

“정말 힘든 시절이었다. 그때 박명수가 300만 원도 선뜻 빌려주셨다”라며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는데요.
같은 4기 공채로 방송국에 입사했지만, 홍기훈이 정성호를 벼랑 끝으로 내몬 반면, 박명수는 벼랑 끝에서 잡아준 덕분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된 정성호.
이에 반해 홍기훈은 여자친구를 향한 부적절한 주먹으로 보도에 올랐고, 심지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까지 휘둘러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됐죠.
또한
시간이 흘러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한두 번씩 얼굴을 비추기도 했지만, 예능감이 없어서인지 방송 출연도 뜸해진 요즘엔 가끔 선배들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등장해 점잖은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요.
68년생으로 어느덧 56세의 나이에 접어든 만큼, 선후배 할 것 없이 주먹을 던졌던 과거를 반성하고 이제는 성격을 조금 죽이고 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