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텃세 ‘진짜’ 토악질 나오는 이유

수영장 텃세 ‘진짜’ 토악질 나오는 이유

 

“고급반 왔으면 떡 돌려야지”

 

서울 도봉구 한 수영장을 다니는 A씨가 최근 중급반에서 고급반으로 올라가며 들은 말이다.

 

 

고급반 총무 B씨는 A씨를 비롯한 중급반에서 고급반으로 올라온 수강생들에게 “고급반에 승급했으면 여기 있는 구성원들에게 떡을 돌려야 한다”며 대놓고 떡을 돌릴 것을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급반은 다른 반과 다르게 수영모를 통일해서 착용하고 있다며 “1만원을 각자 보내달라”고 B씨가 요구했다. 결국 A씨 일행은 울며겨자먹기로 수영모 비용 1만원을 냈다.

 

이후 A씨가 받아온 수영모의 가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1만원도 되지 않아 B씨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B씨는 남은 돈은 고급반 사람들과 간식을 먹고 단합하는 데 쓸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존 회원들이 신규회원을 괴롭히는 이른바 ‘수영장 텃세’가 도를 넘고 있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수영장 텃세를 견디지 못하고 수영장을 옮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심지어 변호사를 통해 법적 처벌을 문의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화가 난 A씨 일행은 떡 돌리기를 거부하면서 수영장에 다녔다. 그러자 고급반 사람들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수영장 오래다닌 순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갑자기 밀치거나, 일부러 느리게 가면서 팔이나 얼굴을 발로 차는 복수가 이어졌다.

 

이에 A씨는 “이게 말로만 듣던 ‘수영장 텃세’인 것 같다”며 “정말 아침마다 수영장 가는게 너무 신나고 좋았는데 이제 가기가 싫어졌다”며 최근 수영장을 그만뒀다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A씨 일행 대부분은 최근 수영장을 그만뒀다. 하지만 A씨 일행 중 한 사람인 C씨는 1년 수강권을 끊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떡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수영장 텃세를 피하고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 C씨는 20만원을 들여 좀 더 비싼 떡을 주문했다. 한 달 수강권보다 더 비싼 금액이었다. C씨가 떡을 돌리자마자 거짓말처럼 그다음 날부터 수영장 텃세가 사라졌다.

 

수영장 텃세 문제는 다른 수영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젊은 회원들은 수영장 텃세에 분노했다. 송파구에서 수영장을 다니는 직장인 박모씨(26·여)는 “같이 수업듣는 수강생 중에 한 명이 얼마 전 스승의날에 강제로 선물 사준다고 돈을 걷어갔다”며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돈을 안 내겠다고 한 회원도 있었다”며 “돈을 안 내자 다른 회원들이 그 회원을 일종의 왕따처럼 엄청 불쾌한 티를 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수영장 텃세를 검색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경험담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 수영장은 예외겠거니 안도했지만 아니었다’, ‘수영장 텃세 어떻게 해야 되나요?’, ‘강사는 알고도 모른 척’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영장 측도 ‘알고는 있지만’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영장 관계자는 “동네 수영장의 경우 입소문이 중요한데, 터줏대감인 분들에게 ‘텃세 부리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쫙 다 빠져나갈 것”이라며 “그렇다고 신규 회원들이 불쾌해하는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난감해 했다.

 

김문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수영장 텃세에 대해 “자신과 서로 마음에 안 맞는 사람들을 차단하려는 일종의 ‘차단 효과'”라고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며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니 공동체에서 차단 효과를 통해 자신들이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행동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