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시대에 맞지 않는 지배구조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고경영자임에도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에서는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아 책임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찬희 삼성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15일 공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삼성이 국내외 경제 여건의 예측 불허 변화, 생소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긍심과 신뢰 저하, 인재 유치 어려움, 기술 유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할 시급함을 강조했다.
위원장은 책임경영을 보장하기 위한 혁신적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경영 의사결정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컨트롤타워를 재구축하고 대표이사를 등기임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포함된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현재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 미래를 위한 3가지 제안’ 논평에서 “이재용 회장과 정현호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이라며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등기임원은 아니어서 최근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논평은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 경쟁력 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 문화, 평가 보상, 이사회 등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며 “경영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지배 주주 없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