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나 했었는데…” 배우 겸 가수 김성환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달되고 모두가 슬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성환은 1950년에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의 결혼 후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8남매를 낳으신 후 그만 세상을 떠나시게 되는데요.
어머니는 젊은 나이부터 자식을 너무 많이 낳으시다가 몸이 쇠약해지시더니, 결국 당시 의술로 이겨내지 못하고 40대 초반의 눈도 감지 못한 채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어머니를 여인 김성환은 이후 새어머니를 맞으며 대입 입시까지 치렀지만, 아쉽게도 떨어져 버리고 말았는데요.
당시 김성환의 아버지는 8남매를 모두 대학에 보낼 수는 없지만, 장남만은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하셔서 장남을 서울에 있는 재수학원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학원에 다니게 된 김성환은 탤런트의 탤자도 모르던 시절에 친구가 지원하자고 하기에 친구와 함께 동양방송 탤런트 공채 모집에 지원하게 되는데요.
공채 시험에서 그는 종로 길거리에서 봤던 약장수와 뱀장수 흉내를 내면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 2천 명이 넘는 지원자 중 최종 12명에 선발됩니다.
하지만 그는 장남에 대한 기대가 유달리 크셨던 부모님께 대학에 가지 않고, 연기자가 되겠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김성환은
데뷔 후 3년 동안은 부모님 몰래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부모님에게 모든 사실을 들키게 되면서 결국 아버지를 크게 실망시키게 됩니다.
당시 아버지는 차라리 시골로 내려와 같이 농사나 짓자고 했지만, 김성환은 그럴 수 없었는데요.
그렇게 연기자 생활을 이어간 김성환, 하지만 초창기에는 별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데뷔 초에는 출연료가 적으니 생활을 유지하려면 남보다 많이 뛰는 수밖에 없었던 그는 어떤 단역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출연을 했는데요.
김성환은 잘생긴 외모에도 사투리 억양이 강해서 주인공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단역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무명인 상태에서 군대를 가게 되었고, 군대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사투리를 고치게 되는데요.
김성환은 군 입대 후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친구들의 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이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연기 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철저히 분석해 사투리를 정리했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팔도 사투리를 다 정리해 책으로 만들기까지 했고, 그 결과 나중에는 사투리만 가지고 한 시간 이상 강의가 가능할 정도로 사투리 박사가 되게 되는데요.
또한 그는 군 시절 지금의 아내와도 편지를 교환하며 사랑을 키우게 됩니다.
그의 아내는 원래 친구의 사촌 동생이었는데, 그렇게 열애를 하던 김성환은 제대 후 열애 5년 만에 아내 집안에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가게 되는데요.
하지만 아내의 부모님은 김성환이 탤런트라면서 텔레비전에는 나오지도 않으니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생각에 결혼을 강하게 반대하게 됩니다.
게다가 배우 이순재의 친척 집안이었던 아내의 집안은 장인어른이 당시 김성환에게 ‘이순재처럼 될 수 있느냐’라고 물었는데, 갑자기 대선배님이 언급되면서 김성환은 당황했지만, ‘자기가 키가 작냐, 아니면 인물이 못생겼냐’라고 대꾸해 정말 많이 혼나게 되는데요.
이후 김성환은
어렵게 처가의 허락을 받아내어 결국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또한 KBS ‘약속의 땅’라는, 전국 각지에서 강원 태백의 광산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를 다룬 드라마에 출연하며 스타로 떠올라 10년이나 계속된 지독한 무명 생활을 청산하게 됩니다.
군 시절 팔도 사투리를 철저히 분석했던 것이 경험이 되어 극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걸쭉하게 쓰는 부부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인기를 끌게 되었던 비결이었는데요.
고생 끝에 이름이 알려지며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는 배우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 끝에 유명 배우가 되었어도 수입은 방송국에서 정해진 출연료만 받았기 때문에, 텔런트로는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벌이만 되었을 뿐이었는데요.
그는 이때부터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탤런트만을 고집하지 않고, 무대까지도 가리지 않으며 다양한 일에 거침없이 도전을 하게 됩니다.
김성환이 ‘약속의 땅’으로 인기가 있을 때,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엠파이어 클럽’의 사장이 찾아와서, 당시 집 한 채가 400만 원이었는데 월 200만 원을 줄 테니 김성환에게 출연해 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는데요.
김성환은 나름대로 ‘원맨 쇼’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없어서 처음엔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이후 ‘약속의 땅’이 끝난 그는 얼마 뒤 빚보증을 잘못 써 집을 날릴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결국 엠파이어를 다시 찾아간 김성환.
하지만 그에게 ‘그땐 당신이 잘 나갈 때고, 지금은 안 써’라는 말이 돌아오게 됩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던 김성환은 그래서 엠파이어 사회자를 꼬드겨 무대 상황극을 만들게 되는데요.
당시 인기 가수 최진희 씨가 노래를 하고 내려가면서 원맨쇼가 시작되었는데, 김성환이 ‘아따 그 아가씨 겁나게 노래 잘하네’라고 하면 사회자는 ‘아니 당신 뭐야. 최진이도 모른단 말이요?’라고 받아치고 다시 김성환이 ‘당신 어따 반말이여. 내가 전라도에 가수여. 전국 노래 자랑에 나갔다가 ‘빽’ 쓴 놈 때문에 장려상 받았지만 대상은 내 거였어. 나도 노래 하나 하면 안 될까?’하며 노래와 함께 ‘원맨쇼’가 시작되는데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좌중은 배꼽을 잡고 웃기 바빴습니다.
그는 노래도 가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개사해서 불렀는데, 이게 대박이 나면서 그렇게 최선을 다한 결과 나중에는 밤무대의 황제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밤무대에서 ‘현철’, ‘설운도’, ‘태진아’, ‘송대관’ 트롯 사인방이 받는 정도로까지 개런티를 받게 됩니다.
배우로 방송을 시작했지만, 가수로도 히트곡까지 가지며 KBS 가요 무대까지 출연하는 가수로 당당히 자리를 잡은 김성환은 뿐만 아니라 라디오에서도 dj를 맡아서 무려 30년간 라디오 진행도 했고, 거기에 20년간 mbc ‘고향이 좋다’ 진행자로도 맹활약했는데요.
뭐를 하나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열심히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죽기 살기로 해온 김성환은 후해 53세의 나이로 대학까지 진학해서 석사를 거쳐 박사 과정까지 밟았는데, 학교 동료들조차도 지각 결석이 없는 김성환의 그런 성실함을 칭찬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고양이 좋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노인들을 만나더니, 나중에는 결국 ‘노인의료나눔재단’의 이사장으로까지 취임을 하게 되었고, 또한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까지 맡게 되며 그야말로 전천후 맹활약을 하게 되는데요.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8남매를 키우면서 고향의 모든 전답을 파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김성환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 과거에 팔았던 전답을 되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이 생길 때마다 사다 보니 결국 군산에 3만 평에 달하는 토지까지 보유를 하게 됩니다.
또한 김성환은 바쁜 스케줄에도 동료들을 챙기며, 빚더미에 올라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송대관이 10억이 필요하다고 하자 아무것도 묻지 않고 10억을 빌려줬고, 친했던 동료인 김은기와 여운계 등이 세상을 먼저 떠났을 때에도 빈소에 들르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일생을 너무나 열심히 살아온 김성원.
그 때문에
그는 아직도 제주도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드라마 출연하랴, 라디오 디제이 하랴, 방송 진행하랴, 협회 이사장 하랴, 몸이 열 개라도 바쁘게 살아온 그는 자식들도 그런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그의 아들인 김도성은 원래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공부한 재원이었는데, 어느 날 우리나라로 돌아오더니 김성환에게 연기자가 되겠다고 선언을 하게 됩니다.
아들의 선언에 깜짝 놀란 김성환은 ‘방송은 정말 힘들다’라며 아들을 말렸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듯이 결국 자식에게 알아서 할 수 있으면 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이후 아들은 김성환이 심사를 보게 된 KBS 탤런트 공채 시험에까지 지원을 하게 되지만, 아들의 연기를 본 아버지는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아들을 1차에서 탈락시켜버리고 말게 됩니다.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연기자의 길이기 때문에, 연기에서만큼은 아무리 아들이라도 그는 냉정했던 것인데요.
어린 시절
8남매를 낳아주신 어머니를 여인은 슬픔을 겪으며 엄한 아버지 아래에서 연기자가 되었지만 10년이나 계속된 지독한 무명 생활로 결혼 승낙도 억지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는데, 기나긴 무명 기간 동안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인기 배우로 우뚝 서며 제주도도 한 번 못 가봤을 정도로 전천으로 바쁘게 살았지만, 사랑하는 아들에게는 인생에 참 가르침을 주기 위해 냉정하게 판단해야만 했던 김성환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사.
이렇게 자신의 일에 모든 걸 다 바치며 열정을 불태운 배우 김성환의 인생에 시청자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