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사건….” 한 유족의 슬픈 이야기가 공개되고 모두가 눈물만 흘리고 말았습니다.

20년 전, 192명의 목숨을 훔친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습니다.

2월 18일은

대구 치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20주기가 되는 날인데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슬픔을 안고 있는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두번 다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오늘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오늘 대구 지하철 참사 20주기 추모제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렸습니다.

2·18안전문화재단은 당시 참사 발생 시각인 오전 9시 53분을 시작으로 추모제를 진행했습니다.

유족을 비롯한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 전국 재난 참사 피해 가족연대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는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 추도사 낭독, 헌시 낭송, 추모공연 및 추모노래 제창, 헌화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김 이사는

“20년의 세월이 덧없이 흘렀다. 세상은 우리에게 슬픔을 삼키라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라며 “참사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시 다지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추도사 낭독이 계속되면서 유족들은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과 그리움에 눈물을 훔쳤습니다.

지하철 참사 장소인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서도 시민분향소가 설치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대구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지하철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 안에서 50대 남성이 저지른 방화로 인해 벌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치고 말았습니다.

열차 또한 뼈대만 남을 정도로 타버리고, 역 구내가 모두 아수라장이 됐었습니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세지와 통화 내용이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젖어야 했는데요.

대구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추모하며 그날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세지와 통화 내용을 조심스레 전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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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지하철에 불이 났어.”
“영아야. 정신 차려야 돼.”

“엄마 숨을 못 쉬겠어.”
“영아! 영아! 영아!”

“숨이 차서 더 이상 통화를 못하겠어. 엄마 그만 전화해.”
“영아야. 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 봐.”

“엄마 사랑해….”

 

18일 오전 사고 현장을

헤매고 다니던 장계순(44)씨와 딸 이선영(20.영진전문대)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통화 내용입니다.

장 씨는 명랑한 성격의 딸이 처음에 장난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다. 하지만 계속 울먹이는 목소리에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장 씨는 연달아 연결이 끊어지는 딸의 휴대전화에 10번 넘게 전화를 걸어 힘을 북돋워 주려 했으나 “엄마 사랑해”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듣고는 집을 뛰쳐나와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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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딸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한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 받는 날이다.

오늘이 더욱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수학여행 준비로 용돈을 좀더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원.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3만원 가지고 무얼 하라는 건지.

 

 

 

나는 용돈을 적게 주는 엄마에게 화풀이를 하고 집을 나섰다.

수학여행인데… 평소에 쓰던 가방 가져가기도 민망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난 투덜대며 교실에 도착했다.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내 짝꿍은 용돈 넉넉히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나 오늘 수학여행 때 가져갈거 사러 가는데 같이 안갈래?”

 

학교는

아직 정상 수업을 하는 시기가 아니라 단축수업을 했고, 우린 쇼핑을 하러갔다.

한창 신나게 아이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마침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30분 후 다시 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밧데리까지 빼버렸다.

그리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괜히 화를 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었고 ,가방은 옆집 언니에게서 빌릴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집에 도착하고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진 않았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외로움이 몰려왔다.

이 불쾌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뉴스를

할 시간이 아닌데 모든 티비 채널에서 뉴스가 나왔다.

이게 웬일인가.

내가 자주 타는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다.

어떤 남자가 지하철에 불을 냈다고 한다.

순식간에 불이 붙어 많은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고, 텔레비전에서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지고 있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리고, 꺼져있던 핸드폰을 다시 켰다.

켜자마자 새로운 문자들이 들어왔다.

엄마가 보낸 문자도 2통이나 있었다.

엄마가 보낸 첫 번째 문자를 열었다.

“용돈 넉넉히 못 줘서 미안해 쇼핑센터 들려서 신발하고 가방 사가지고 갈게”

“집에 가면 너가 좋아하는 돈까스도 해줄테니깐 화풀어..”

 

넋을

잃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자를 열었다.

“미안하다 가방이랑 신발 못 전하겠구나”

“돈까스도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하구나”

“사랑한다 우리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