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은 서울의 한 집 안에서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정혜선의
본명은 정영자이며, 어렸을 때 아버지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외동딸인 정혜선을 너무 사랑해 한의원에 데려가 약을 먹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그녀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수업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일 두세 시간 일찍 학교에 왔고, 행진곡을 연주해 반 친구들의 등교를 격려했습니다. 방송을 위한 연설도 준비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수업에서 암송 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집에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스타들은 모욕을 당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 않았지만, 딸의 재능을 알아채고 열린 마음을 가진 아버지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으로 그녀를 지원했다. 방송수업 원고 쓰기 정혜선 재능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아버지가 방송국 장기자랑 지원서를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그렇게
탤런트 시험에 응시하게 된 정혜선은 1만 2천여 명의 응시자 가운데 26명을 선발하는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해 방송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집집마다 tv도 드물어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가난했던 그 시절 매일 ‘연기가 이렇게 멋있는 거구나’라는 걸 느끼며 녹화가 끝나면 배우들과 다 같이 명동으로 몰려가 100원짜리 짜장면으로 회식을 했고, 그 옆 호프집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연기를 논했다고 합니다.
데뷔 초 그녀는 남산 드라마 센터 옆에 새로 생긴 경양식집의 러시안 수프와 돈가스가 너무 맛있어서 한 번은 당시 중학생이던 안성기를 데리고 그 집에 가서 식사도 사줬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 안성기는 정혜선에게 어릴 적 그 집에서 먹었던 수프와 돈가스 맛이 아직도 문득문득 그립다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던 정혜선.
하지만 그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던 아버지는 그만 그녀가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요.
슬픔 속에 남편을 보낸 정혜선의 어머니에게 딸은 유일한 가족이었고, 이후 어머니는 딸에게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정혜선은 22살의 어린 나이의 당시 KBS 공채 탤런트 동기이자 현재 국회의원 우상호 의원의 외삼촌인 박병호와 뜨거운 열애 끝에 서둘러 결혼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정혜선은 결혼식 전날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어머니가 그만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것인데요.
남편을 잃고 외동딸 하나만 바라보며 꿋꿋이 생활을 이어가던 어머니는 딸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이제 딸이 떠나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럼 혼자가 되는데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남편을 잃고 외동 딸 하나만 키워왔는데 그 딸이 결혼한다고 생각하니까, “잘 자라서 아버지 없이도 이렇게 결혼하는구나” 하고 축복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 딸 하나만 봤는데 딸이 가버리고 나면 다시는 자신을 안 돌아볼 것이고, 그러면 너무 외로우니까 차라리 죽어버려야겠다”라고 생각하며 결혼식 전날 약을 먹고 자살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을 접한 정혜선은 깜짝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왜 엄마는 나를 행복하게 두지 않는지, 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지”라며 원망도 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정혜선은 박병호와 결혼해서 슬하의 1남 2녀를 두며 행복하게 잘 사나 싶었지만, 당시 영화감독이었던 남편이 영화 제작에 실패하며 빚더미에 오른 데다가, 그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와 바람까지 피우게 되자 결혼 11년 만에 그만 파경을 맞게 됩니다.
이혼을
정혜선은 그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꼈던 아이와의 인연도 끊어질 줄 알았기에 천천히 결혼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지만, 이렇게 일찍 결혼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남편의 빚이 모두 그녀에게 떨어졌기 때문에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출연료를 압수당한 정혜선에게는 기본 생활비 중 3분의 1 정도만 남았고, 채권자들은 남은 금액을 전부 빼앗아 빚을 갚는 데 썼다.
이후 정혜선은 “당시에는 철없었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하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똑똑해서 나가려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 어리거나 멍청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어떻게 죽는지 몰랐다. 그저 ‘드라마로 연기로 어떻게든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이혼 후에도 그녀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마침내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빚을 모두 갚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엄마가 왔어요”라며 행복하다고 했고, 그녀는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재혼도 여러 번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방과 말다툼을 하면 할수록 만남이 잘 되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면 아이들과 이별을 해야 하고 결국에는 비극을 마주하며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여생.
더욱이 정혜선은 MBC 드라마 ‘계모’에서 고작 31세의 시어머니 역을 맡는 등 어릴 때부터 엄마 역을 주로 맡아왔다. 나이 많은 배우 몇 명.
당시 드라마 제작진은 ‘엄마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젊은 배우들’을 찾고 있었는데, 엄마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배우를 찾자 계속해서 그 여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그러다가 다른 시리즈에 출연하게 됐는데, 정혜선도 한때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평생 실제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엄마 역을 주로 맡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단 한 번도 작품을 골라 출연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정혜선은 섭외가 들어오는 모든 작품을 거르지 않고 거의 다 출연하며, 슬럼프라는 걸 느낄 새도 없이 한 드라마가 끝나면 다음 드라마가 항상 예약되어 있었을 정도로 수십 년간 매일 최선을 다해 쉬지 않고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방송국에서 시청률 높으면 보내주는 해외여행도 제대로 못 갔을 정도로 완전히 쉴 틈 없이 일만 연속되던 인생을 살았던 그녀는 어느 날 드라마 촬영 도중 그만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끼며 중환자실로 긴급히 실려가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정혜선은 검사 후 심장의 혈관이 막혀 있다는 진단을 받고, 결국 혈관을 뚫는 심혈관조영술을 받게 되는데요.
이후 일을 안 하면 죽는 줄 알았을 정도로 일만 하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정혜선은 이제는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쉬는 기간도 가지며 늦은 나이에 일이 다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쉬면서 봉사도 하러 다니고 자신이 나서기만 해도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자주 가고 있는데 무엇이든지 자신이 쓰임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자신을
아껴준 아버지를 배우가 되자마자 그만 여의더니 급하게 한 결혼의 어머니는 극단적 시도까지 하셨고, 그러다 후에 결국 이혼하며 지독하게 일해서 전 남편이 진 빚을 모두 갚았지만 평생 홀로 살게 된 비극을 맞았는데, 배우로서는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든 역할만을 해야 했지만 어떤 역할이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임하던 중 그만 너무 쉬지 않고 일하다가 중환자실까지 실려가며 투병해야만 했던 정혜선의 힘겨웠던 인생.
이제 팔순에 황혼을 넘긴 결코 많이 남지 않은 그녀의 인생에 또 다른 아픔은 없기를 바라며, 너무나 슬픈 삶을 살아온 배우 정혜선에게 시청자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