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팡곤이 말레이시아 공항에 도착하자 예상치 못했던 기상천외한 상황이 펼쳐졌다.
김팡곤의 기적이 촉발한 설렘은 말레이시아 축구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축구를 사랑하는 말레이 국왕은 이들의 눈부신 성과에 반해 설렘을 표하고 김팡곤과 그의 팀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특별 보너스를 약속했다. 그는 한국식 드라마를 편성한 장발 김팡곤 코치를 칭찬했다.
더욱이, 이 계약의 범위는 단순한 재정 지원 이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큰 자신감과 기대를 안고 43년의 기다림 끝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해 역사를 썼다. 그러나 요르단과 바레인에 연달아 패하면서 그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깊은 실망감을 안겼다.
김팡온은 요르단과의 첫 경기가 43년 만의 결승전이라는 점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다. 불행하게도 압도적인 압력으로 인해 그는 4-0으로 패했고, 이는 즉각 대반역죄로 기소됐다.
김판곤은 말레이시아 부임 이후 피파랭킹 상승과 아시안컵 본선 진출 그리고 외국 감독 최초의 엄청난 연승 행진을 쌓아간 끝에 ‘말레이시아의 구세주’, ‘말레이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렸었지만, 요르단에게 4대0 패배를 하자마자 그동안의 모든 공로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두 번째 경기인 바레인전에서는 경기 내내 분위기를 주도하며 리드했지만, 결국 많은 골찬스가 날라가는 불운 끝에 추가 시간에 실점하여 1대0 으로 패배하였죠.
43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이란 축제 분위기가 이처럼 2연속 패배라는 결과로 찬물이 되자, ‘남은 마지막 경기였던 한국전은 또 얼마나 치욕적으로 패배할지 모르겠다’라며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계속해서 김판곤에 대한 조롱 기사를 내보냈죠.
심지어 이번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말레이 기자들은 김판곤을 향해 말하길 ‘감독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나? 어떻게 지금까지 한점의 득점도 없었나’ 등에 매우 무례한 질문까지 퍼부어서 기자회견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자국팀의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하기는커녕 오히려 흔드는 꼴이었다” 이는 베트남 언론과 박항서의 악연을 떠올리게 했던 장면이기도 하죠.
이런 수준 낮은 질문에 대해 김판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받아쳤는데, “2년 동안 최고의 결과를 보여줬었다. 나는 43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왜 말레이가 한국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가.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라며 선수들의 동요를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기적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남은 월드컵 예선에서의 희망을 만들어 또 한 번의 영웅이 되며 귀국을 했죠.
한국전 직후에 기자회견에서 김판곤을 비난하던 말레이 기자는 돌연 태도를 바꾸어 하프타임 때 어떤 동기부여를 선수들에게 했는지 묻자, 김판곤은 “어제는 나를 비난하더니, 오늘은 저를 칭찬하네요”라고 받아치며 “우리는 가족과 같다. 선수들의 의욕을 극대화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매우 환상적인 결과였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했죠.
이런 김판곤의 기적에는 사실 엄청난 결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후반 시간에서의 체력 저하 문제는 사실 쌀국수와 볶음밥 같은 지나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였는데, 김판곤은 부임하자마자 말레이 축협과 선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식 위주의 식단의 고단백 메뉴를 추가하며 체력을 크게 높인 걸로도 유명하죠.
때문에 말레이 경기를 보면 항상 후반 시간에 많은 드라마가 나왔던 것은 바로 이런 김판곤의 결단과 노력이 매우 큰 역할을 해왔던 것입니다.
일본의 언론들 또한 김판곤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은 찬사의 보도를 이어갔는데요.
‘니칸스포츠’는 “장발의 김판곤이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의 추가 시간 드라마는 김판곤의 왕국에선 흔하게 보는 장면이 되었다. 그가 긴 머리를 흔들며 기뻐하는 것은 이제 말레이 축구의 상징처럼 보이는 장면이다”라며 한국인이 한국을 잡았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일본 야후에서도 1위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피파랭킹 상승과 아시안컵 진출 그리고 엄청난 연승행진에도 불구하고, 김판곤에 대한 마지막 남은 의심을 거두지 못했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판곤과 선수단이 말레이시아에 귀국하자마자 성대한 환영식을 열었는데, 우선 ‘말레이 대표팀이 한국과의 무승부로 국민적인 기쁨을 안겼다’라고 밝힌 뒤, ‘사회통합에도 기여하고 국가적 자긍심도 고취했다’라고 밝혔죠.
또한, 말레이 정부는 말레이 축협에 14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날 말레이 최대 방송사인 아스트로는 체육부 장관의 다음 같은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솔직히 체육부에 오기 전에는 축구에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43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올랐고 그들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카타르에 출전했다. 비록 요르단과 싸워서 졌고 바레인과는 좋은 경기를 했으나 마지막에 골을 내줬지만, 한국과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말레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말레이가 아시아 중위권 이상이 되기 위해선 이제는 정부가 더 힘을 써야 할 때다. 14억 지원은 말레이 축협의 재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장관으로서 확인을 할 예정이다. 또한 김 감독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더 들어보고 건설적인 의견을 수용할 것이다”라며 체육부 장관이 공식적인 지원을 귀국 공항에서 선포했던 것은 물론 말레이 축협회장 역시도 다음 같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아시안컵 시작 전부터 김판곤 감독의 선수 선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김판곤의 결정에 절대 의문을 던져선 안 된다”라며 힘을 실어줬죠.
더욱이 더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말레이 국왕의 약조였는데, 말레이 국왕은 “잃어버린 말레이 축구의 영광을 되찾는 게 우선”이라며 “감독 한 명이 바뀌었을 때 일어난 기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선수단의 변화는 없었는데 어떤 감독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이제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과 2027 아시안컵 본선 2연속 진출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번 기적을 시작으로 유소년 축구 양성에도 힘을 써야 한다. 2027년 아시안컵 본선까지는 어떤 결과에 상관없이 김판곤을 믿어야 하고 그 이후엔 김판곤을 중심으로 말레이 축구의 근본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 25년부터 말레이 유소년 축구 환경의 3배 이상의 재정적 지원을 계획하여 김판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핵심적인 역할을 맡도록 계획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김판곤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김판곤의 말레이시아 인생은 박항서 이상의 신드롬인데, 모쪼록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뿌듯하고 기분 좋은 소식임은 분명합니다.
김판곤의 장밋빛 미래만이 있길 바라며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